지난 주말에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색, 계를 심야로 봤다.
소감을 한 마디 간만에 써봐야지 하고서는 이제서야 쓴다...
나오는 이야기에는 스포일러가 잔뜩 있을수도 있으니 알아서 보시길.
하기사 이야기가 워낙 뻔하고 많이 알려져 있고,
헉... 저럴 수가 하는 식의 반전을 노리고 보는 영화는 아니니 크게 상관은 없을 수도.
밑에 쓴 글은 완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니
마음에 안든다거나 욕하려는 생각이 들면 (뭐 별 얘기를 쓸것 같지도 않지만)
한 번,
'아 여긴 나의 공간이 아니라 골러리씨의 공간이지.
여기서 한 마디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겠구나'라고 생각을 살짝 먼저 해주시길 바란다.
칭찬은 마음껏 해도 좋고...
서두가 길었는데,
그럼 이야기 시작.

1. 이루어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다.
매력 있는 매국노와 매력 있는 여자 스파이간의.
이안감독이 상까지 받은.
그런데 그다지 안타깝지 않다. 게다가 약간 불쾌한 기분도.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동양의 이미지는 다 넣어줬거든.
아름답고 순종적인 여성.
남자에 대한 한없는 배려와 순응,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일본 얘기는 나오지도 않고.
이안 감독이 거친 얘기를 거칠게 하기는 부담스러워서 조금은 피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대만감독이라서 그런건가? 오히려? 대놓고 중국편 들기도 일본편 들기도 애매해서?
아니면 그냥 완전 미국 감독이 되어버린건가?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매력과 미덕을 가지고 있는 영화.
이안 감독은 안타까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배우의 절제(감정의 절제가 아니다...)가 효과적임을 알고 있다.
그렇게 감정을 풀어내는 방법을 이미 브로크백마운틴을 통해서 확인한 바 있고...
양조위와 탕웨이가 소리내어 웃는 모습과 우는 모습은 영화 전체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 40여분의 러닝 타임이 지겹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감독의 역량이다. 확실히...
그 잔잔한 살떨림은 좋았다.
3. 그래서 이 영화는 색, 계다.
뭐 많은 해석이 있는 것 같지만,
영어 제목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 듯 하다.
이안 감독이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지.
영어 제목은 Lust, Caution.
색욕의 Lust (색), 그리고 경계의 Caution (계).
위에서 이야기한 감정 표현의 절제는 계다.
남자도, 여자도,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두 사람의 입장, 상황, 그리고 감정 때문에.
그래서 색이 필요한 거다.
둘의 감정 표출은 색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2/3가 지난 시점에야 색이 있는 것이고,
20여분에 달하는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색 장면이,
과하게 격하게 그리고 야하게 표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안 그러면 감정의 떨림이나 안타까움에 동참할 계기 자체가 없기 때문.
4. 양조위
그런데, 그럼에도 안타까움이 덜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은 양조위.
양조위의 눈빛과 분위기가 주는 묘한 분위기는
절제된 연기를 하는데에 이보다 나은 배우는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문제는 영화를 보기 이전에 머리 속, 가슴 속에 그 이미지를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다는 사실.
가만히 있어도, 악하게 굴어도 양조위는
가만히 있는 것 같지 않고 악한 것 같지 않다.
뭔가 남에게 차마 이야기하지 못할 처연함을 가슴 속 어딘가에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는 거다.
양조위가 변태스럽게 여자를 함부로 다루면서 섹스를 해도,
차를 타고 가면서 탕웨이의 동료를 잡아 쳐 죽인 얘기를 냉혹하게 해도,
'아냐...그럴리가 없어. 양조위는 원래 좋은 사람인데 시대에 의해서 저렇게 변했을 뿐이야'
라고 멋대로 양조위 편을 들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색, 계에서의 양조위는 그냥 나쁜 놈이거든.
자기 나라 사람들 등쳐먹고,
마누라 있는데 바람피우고,
입장 난처해지니 바람피우던 여자 그냥 죽여버린.
뭐 마지막에 눈물 살짝 짜주긴 하지만, 악어새 눈물이고.
원작 소설에서는 마지막 장면에서 양조위가 분한 '이'가 왕치아즈가 죽었다는 소식에 즐거워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게 '이'거든. 그냥 나쁜 놈. 원래 불쌍한 사람은 왕치아즈이지 '이'가 아니거든.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자신과 주변인들의 목숨까지 희생한 것은 왕치아즈이지 '이'가 아니거든. 솔직히 '이'가 잃은게 뭐 있나? 유일하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서 느낀 상처? '이' 자체가 전 중국 인민을 배신하고 사는 사람인데 뭐.
그런데 이 역할을 이미 197번 정도 상처를 받고 홀로 삭힌 듣한 분위기가 물씬 물씬 풍기는,
그리고 그 이미지가 머리 속에 강력하게 각인되어 있는 양조위가 비슷한 분위기로 연기를 하니,
머리랑 가슴이랑 따로 놀기 시작하는 거다.
가슴은 '아 안타까운 두 사람'하는데
머리 속에서는 '양조위는 왜 오바하는거지?'라고 판단하고,
순간 '어라...뭔가 좀 이상한데...뭐지?'하게 되는 거다.
그래서 감정 이입하다말고 그냥 불편해져버린거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특히 거울 장면이 좀 그랬다.
장면이 나빴다기보다, 양조위에게 두 개의 모습을 부여하는게 전혀 와 닿질 않아서...
뭐, 적어도 나는 그랬다는 얘기.

그래, 뭔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5. 탕웨이
안 이쁜 것 같았는데 계속 보니까 이쁘더라.
특히 '응...그런거지 뭐...원래 사는게 그런거야...힘들지...어쩌겠어...'x10000이 담긴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미소 하나만으로도 탕웨이는 재역할을 했다. 신인인걸...
6. 조안첸
너무 늙었다.
한 때는 정말 아시아의 '색'을 대표하던 배우였는데.
이제는 젊은 애한테 남편을 빼앗기고도 아무말 못하는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이 아이러니를 이안 감독도 알았겠지...
7. 쓸데없는 잡소리
- 주변 찌질이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 다이아몬드. 나름 진짜(까르띠에였나? 뭐 아무튼)까지 구해서 촬영한 거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안 예쁠 수가. 아무리 1940년대라고 하지만 너무 했다. 차라리 다이아만 달랑 있을때가 훨씬 이뻤다. 나야 남자라서 별 관심이 없지만 아내도 나와 100% 동의.
- 일본 요정에서 중국 전통 노래를 부르고 '이'가 마음을 여는 장면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트집을 잡는게 아니라 진짜 궁금해서. '이'가 정말 마음을 열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궁금, 궁금.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색, 계를 심야로 봤다.
소감을 한 마디 간만에 써봐야지 하고서는 이제서야 쓴다...
나오는 이야기에는 스포일러가 잔뜩 있을수도 있으니 알아서 보시길.
하기사 이야기가 워낙 뻔하고 많이 알려져 있고,
헉... 저럴 수가 하는 식의 반전을 노리고 보는 영화는 아니니 크게 상관은 없을 수도.
밑에 쓴 글은 완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니
마음에 안든다거나 욕하려는 생각이 들면 (뭐 별 얘기를 쓸것 같지도 않지만)
한 번,
'아 여긴 나의 공간이 아니라 골러리씨의 공간이지.
여기서 한 마디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겠구나'라고 생각을 살짝 먼저 해주시길 바란다.
칭찬은 마음껏 해도 좋고...
서두가 길었는데,
그럼 이야기 시작.
1. 이루어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다.
매력 있는 매국노와 매력 있는 여자 스파이간의.
이안감독이 상까지 받은.
그런데 그다지 안타깝지 않다. 게다가 약간 불쾌한 기분도.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동양의 이미지는 다 넣어줬거든.
아름답고 순종적인 여성.
남자에 대한 한없는 배려와 순응,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일본 얘기는 나오지도 않고.
이안 감독이 거친 얘기를 거칠게 하기는 부담스러워서 조금은 피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대만감독이라서 그런건가? 오히려? 대놓고 중국편 들기도 일본편 들기도 애매해서?
아니면 그냥 완전 미국 감독이 되어버린건가?
2.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매력과 미덕을 가지고 있는 영화.
이안 감독은 안타까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배우의 절제(감정의 절제가 아니다...)가 효과적임을 알고 있다.
그렇게 감정을 풀어내는 방법을 이미 브로크백마운틴을 통해서 확인한 바 있고...
양조위와 탕웨이가 소리내어 웃는 모습과 우는 모습은 영화 전체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 40여분의 러닝 타임이 지겹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감독의 역량이다. 확실히...
그 잔잔한 살떨림은 좋았다.
3. 그래서 이 영화는 색, 계다.
뭐 많은 해석이 있는 것 같지만,
영어 제목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 듯 하다.
이안 감독이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지.
영어 제목은 Lust, Caution.
색욕의 Lust (색), 그리고 경계의 Caution (계).
위에서 이야기한 감정 표현의 절제는 계다.
남자도, 여자도,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
두 사람의 입장, 상황, 그리고 감정 때문에.
그래서 색이 필요한 거다.
둘의 감정 표출은 색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2/3가 지난 시점에야 색이 있는 것이고,
20여분에 달하는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색 장면이,
과하게 격하게 그리고 야하게 표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안 그러면 감정의 떨림이나 안타까움에 동참할 계기 자체가 없기 때문.
4. 양조위
그런데, 그럼에도 안타까움이 덜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은 양조위.
양조위의 눈빛과 분위기가 주는 묘한 분위기는
절제된 연기를 하는데에 이보다 나은 배우는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문제는 영화를 보기 이전에 머리 속, 가슴 속에 그 이미지를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다는 사실.
가만히 있어도, 악하게 굴어도 양조위는
가만히 있는 것 같지 않고 악한 것 같지 않다.
뭔가 남에게 차마 이야기하지 못할 처연함을 가슴 속 어딘가에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버릴 수가 없는 거다.
양조위가 변태스럽게 여자를 함부로 다루면서 섹스를 해도,
차를 타고 가면서 탕웨이의 동료를 잡아 쳐 죽인 얘기를 냉혹하게 해도,
'아냐...그럴리가 없어. 양조위는 원래 좋은 사람인데 시대에 의해서 저렇게 변했을 뿐이야'
라고 멋대로 양조위 편을 들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색, 계에서의 양조위는 그냥 나쁜 놈이거든.
자기 나라 사람들 등쳐먹고,
마누라 있는데 바람피우고,
입장 난처해지니 바람피우던 여자 그냥 죽여버린.
뭐 마지막에 눈물 살짝 짜주긴 하지만, 악어새 눈물이고.
원작 소설에서는 마지막 장면에서 양조위가 분한 '이'가 왕치아즈가 죽었다는 소식에 즐거워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게 '이'거든. 그냥 나쁜 놈. 원래 불쌍한 사람은 왕치아즈이지 '이'가 아니거든.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자신과 주변인들의 목숨까지 희생한 것은 왕치아즈이지 '이'가 아니거든. 솔직히 '이'가 잃은게 뭐 있나? 유일하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서 느낀 상처? '이' 자체가 전 중국 인민을 배신하고 사는 사람인데 뭐.
그런데 이 역할을 이미 197번 정도 상처를 받고 홀로 삭힌 듣한 분위기가 물씬 물씬 풍기는,
그리고 그 이미지가 머리 속에 강력하게 각인되어 있는 양조위가 비슷한 분위기로 연기를 하니,
머리랑 가슴이랑 따로 놀기 시작하는 거다.
가슴은 '아 안타까운 두 사람'하는데
머리 속에서는 '양조위는 왜 오바하는거지?'라고 판단하고,
순간 '어라...뭔가 좀 이상한데...뭐지?'하게 되는 거다.
그래서 감정 이입하다말고 그냥 불편해져버린거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특히 거울 장면이 좀 그랬다.
장면이 나빴다기보다, 양조위에게 두 개의 모습을 부여하는게 전혀 와 닿질 않아서...
뭐, 적어도 나는 그랬다는 얘기.
그래, 뭔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5. 탕웨이
안 이쁜 것 같았는데 계속 보니까 이쁘더라.
특히 '응...그런거지 뭐...원래 사는게 그런거야...힘들지...어쩌겠어...'x10000이 담긴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미소 하나만으로도 탕웨이는 재역할을 했다. 신인인걸...
6. 조안첸
너무 늙었다.
한 때는 정말 아시아의 '색'을 대표하던 배우였는데.
이제는 젊은 애한테 남편을 빼앗기고도 아무말 못하는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이 아이러니를 이안 감독도 알았겠지...
7. 쓸데없는 잡소리
- 주변 찌질이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 다이아몬드. 나름 진짜(까르띠에였나? 뭐 아무튼)까지 구해서 촬영한 거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안 예쁠 수가. 아무리 1940년대라고 하지만 너무 했다. 차라리 다이아만 달랑 있을때가 훨씬 이뻤다. 나야 남자라서 별 관심이 없지만 아내도 나와 100% 동의.
- 일본 요정에서 중국 전통 노래를 부르고 '이'가 마음을 여는 장면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트집을 잡는게 아니라 진짜 궁금해서. '이'가 정말 마음을 열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궁금,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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