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FINAL: at l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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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Santiago !!!
(오히려 이 순간이 더 기뻤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걸으면서 항상 즐겁지는 않았다. 지겨운 순간도 많았다.

솔직히 말하면,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 한 번씩은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길을 걷고 나면 남에게 자랑거리가 하나쯤 생기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Santiago de Compostella에 도착했을 때에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복받쳐오르는 감동도, 나 자신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도, 고생에 대한 추억의 눈물도,
그 어느 것도 없었다.
무엇인가를 이루어냈다는 짜릿함보다는 드디어 끝났군 하는 홀가분함이 더 컸다.



그냥 기분이 좀 좋았을 뿐. 아 드디어 왔구나. 결국 여기까지 오는 동안 동양인을 한 명도 못 봤구나.

그리고, 조금 더 걸어서 바다끝까지 가봐야겠구나. 여기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그 곳에서는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흔들림 정도가 다였다.

왠지 그랬다. 그냥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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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KM 남았다. 왠지 두근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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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여전히 비를 흝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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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나와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던 우의

여기 저기 찢어진 곳을 밴드에이드로 붙여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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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을로 들어선다
끝까지 손을 잡고 함께 하던 Joseph와 Chris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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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성당이다
꽤나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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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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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
증명사진 한 컷



1. 도착해서 도장이 찍힌 Credential을 보여주면 순례자의 길을 완주했다는 증서를 준다.
이 때 주의할 점 하나,
종교를 선택하는 항목이 있다.

비카톨릭도 받을 수 있긴 하나
난 절대로 거짓말 따위는 할 수 없어, 나의 신앙에 어긋나는 행동이야, 난 나의 소신대로 비종교인으로서의 삶을 꿋꿋이 유지하고야 말겠어라는 이유가 아니라면 잠시 자존심을 버리고 카톨릭에 체크하기 바란다.
나는 암것도 몰랐으니 비카톨릭으로 신청을 했는데 이게 나중에 보니까 증서가 다른 거다.
카톨릭에게 주는 증서가 훠어어어어어얼~씬 멋지다. 종이질도 다르고 글자체도 다르고.
나의 것은 그냥 조금 두꺼운 종이에 대강 인쇄한 듯한 증서. 이왕 700km 넘게 걷고 난 기념으로 간직할 것 같으면 좀 더 보기 좋고 멋진 것으로 받기를. 분명히 말했다. (이런 멋진 정보를 나에게 알려주는 이 따윈 전혀 없었다...ㅜ.ㅜ)

2. 가능하면 Santiago de Compostella의 Albergue는 피할 것.
일단 시내에서 조금 거리가 떨어져있다. 성당 왔다 갔다 하기 꽤나 귀찮다는 것. 게다가 마지막에는 함께 걸었거나 도중에 만난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는데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지막 날 Albergue에서 자는 것을 피하기 때문에 홀로 터벅 터벅 걸어서 숙소까지 돌아가야하는 쓸쓸함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시설도 영 형편없다. 거대한 막사 같은 느낌. 나도 Albergue에 잡았다가 귀찮기도 하고 나에게 선물을 준다는 기분도 들고 해서 결국 시내의 숙소로 바꿨다. 같은 실수 하지 마시길. 역시 분명히 말했다.

3. 증서를 신청할 때, 미사에 참여할지의 여부를 물어본다. 뭐 별 일 없으니 참여했는데 이건 꽤 재밌었다. TV에서도 나왔지만 몇 명이 나와서 거대한 연기나는 기구를 흔드는 것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순례자의 길을 완주한 사람의 이름을 하나 하나씩 부르면서 축복을 해준다 (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 이름 말고는 알아듣지 못했으니까) John de Corea라고 호명되는 순간 주변인들이 나를 한번씩 쳐다봤을 때의 기분은 정말 꽤나 흥겨웠다.

4. Burgos에서 보낸 Canon 350D DSLR Camera는 무사히 도착해서 우체국에서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나름 걱정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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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gue에서 바라본 산티아고 시내
멀리 성당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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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만점 복장과 포즈...씨이이이익~



미사를 마치고 어이없는 일을 했다
마지막 부분에 순간 순간 스쳐간 호주 커플 (조만간 결혼할 계획이라고 했는데)과 함께
시내를 어슬렁어슬렁거리고 있었는데
우연히 기념사진관을 발견했다

산티아고를 찾아온 관광객들을 위한 상품이었으리라

장난기가 발동한 우리 셋은 저 말도 안되는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기로 했다
기념으로 바보짓 한 번

그들은 나를 만나서 반갑다면서 나에게 사진을 선물로 줬다. 고마운 친구들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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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마지막 밤


성당을 나와서 걷는데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Anja와 Jose

Jose의 휴가가 끝나서 Santiago를 포기하고 천천히 걷는 줄 알았는데 도착을 한 거다.
사정을 물어보니 그래도 끝을 보고 싶어서 하루에 35~40km를 걷는 강행군을 했다는 것.
서로 반가움에 입이 찢어진다.


솔직히 말하면,
Camino de Santiago는 길을 완주했다거나, 무엇인가를 성취했다거나 하는 부분보다는,

스쳐가는 인연들의 소중함이 얼마나 큰 것인가에 의미가 있다.


마지막에 다시 만나게 된 Anja와 Jose,
프랑스 남부 지방에 언제든지 놀러오라던 아저씨,
어~ 너도 도착했구나 라면서 눈물을 찔끔 흘리던 할머니,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인연인,
Christine, Joseph



잠시 그들 얘기를 해볼까?

Christine. 남미의 프랑스령에서 태어나서 프랑스에 산지 20년. 빠리에는 10년정도.
대학 시절 만난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고 혼자 그 아이를 키웠다.
그리고 그 청년은 4년전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었다.
이번이 두 번째 Camino.
왠지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될 것 같아서 다시 시작했다고 했다.
첫번째는 아들이 죽은 후.
마지막에 헤어질 때 눈물을 흘리며,
"You remind me of my son"이라고 말했다.
평생 잊을 수 없다.


Joseph. 독일인. 카톨릭 신자.
사진찍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Christine을 사랑한다. 술도.
대학생 딸이 있다.
그 딸은 마약중독자.
프랑스 남부에서 요양 중이라고 한다.
그 딸을 위해서 시작한 길.
그 역시도 나에게
"You remind me of my family"라고 얘기했다.
평생 잊을 수 없다.


정말로.



이 여행을 마치고 난 뒤 영국, 아일랜드, 이태리를 갔다가
난 다시 그들을 만났다. 빠리에서.




그리고 그 전에,
나는 또 걷기 시작했다.

Camino de Fisterra를.
바다가 보고 싶어서. 땅의 끝을, 대륙의 끝을 보아야 할 것 같아서.
버스를 타고 갈 계획인 Christine과 Joseph,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야하는 Jose와는 헤어지고,
Anja와 함께 걷는다.

남은 길은 1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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