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단상 몇 개

1. 요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가끔 스트레스가 더 쌓이게 하는 인간들이 있다.

한강 고수 부지 길에서 호루라기와 벨소리를 무기로 씽씽달리는 녀석들.
조금의 병목 현상만 보이면 짜증내는 놈들.
벨소리는 '저 있으니까 조심하세요'보다는 '나 가니까 비켜 십센치덜아'라고 생각하는 것들. (뭐 이건 사실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긴 하다만)
주루룩 한줄로 떼지어서 씽씽 칼질하는 것들.


길이라는 것은 말이지 기본적으로는 사람과 자전거와 인라인과 차가 공용으로 활용하는 공간인거다.
예외적으로 원활한 흐름을 위하여 자동차 전용도로가 있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그 사회의 공공재산인 거지.
그렇기 때문에 모든 길의 이용자는 '약자를 보호해야한다'라는 기본적인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랑 자전거, 자전거랑 사람, 자전거랑 오토바이, 사고가 났을 경우 어느 쪽이 더 크게 피해를 입을지는 상식적으로 뻔한데 그렇다면 당연히 힘이 센 놈이 힘이 약한 놈을 배려해줘야할 것 아닌가. 힘 자랑을 하기보다는.
3~4명씩 나란히 서서 대화를 나누면서 앞뒤 보지 않고 길 전체를 막고 가는 보행자의 경우 솔직히 짜증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 잘 가고 있는데 니네 왜 개념없이 길을 막고 GR인거니? 엉? 따르릉따르릉 꽥꽥'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서서 "아 된장, 어쩔수 없군. 난 힘 센 애니까 속도를 줄이는 수밖에'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닌가. 힘이 센 넘이니까 그 정도 도리는 해야하는거다. 자동차에게 당하면서도 그걸 왜 모르냐. 힘 센 넘이 힘으로 밀어대면 약한 넘은 어쩔 수 없다. 벨소리, 경적은 말을 할 수가 없으니까 던지는 신호음인 것이지 '비키삼!!!' 이 아니라구.


꽤 오래 전의 일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안전한 거리를 만들기 위하여 도로불법횡단을 싱가폴 마냥 단속하겠다고 했을때 솔직히 두렵기도 하고 어이도 없었다. 그 마인드가 너무나 자동차 중심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자동차가 횡단보도를 침범하는 것은 여전히 관리하지 못하면서 사람이 자동차 길을 침범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단속하겠다는 심보가 괘씸하고 두려웠기 때문에. 공공의 재산인 길에서 자동차가 조심해서 운전하는 것을 가르치기에 앞서서 '니덜 사람들 신경쓰느라 다니기 힘들지? 걱정마 우리가 걔들 치워줄께'라는 것으로 들려서.


좀 사는 나라치고 대한민국처럼 사람이 길을 이용하기 어려운 곳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하기사 인도나 중국은 아예 정반대로 사람과 소와 차와 마차와 자전거가 공존하는 무질서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으니 '좀 사는 나라'라는 표현은 빼버려도 되겠군.


뭐 이래저래 이야기가 뒤죽박죽되어버렸다만 하고 싶은 얘기는 '길 너 혼자 쓰는 거 아냐. 자전거 전용길조차도 마찬가지. 그러니 강자로서 약자 좀 보호하렴. 괜한 선민의식 따위 가지지 말고. 그런거 시위할려거든 차라리 도로 나가서 더 센 자동차랑 맞짱뜨삼. 법적으로는 자전거도 차고 자동차 전용도로 외에는 차도 어디로 다녀도 합법이니까.'



2.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다보면 좋기도 하면서 이해가 안가고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뭔가 하니, 한강을 다니기에는 자전거만큼 편한 교통수단이 없다는 것. 차도 못 들어오고 사람들이 들어올려면 강가에 살거나 차를 가져와서 세우고 걸어댕겨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속도가 빠르고 편한 자전거로 다니기가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것. 좋긴 한데 이거 웃기자너. 강이라는 것은, 특히 한강처럼 도시 전체를 가로지르는 강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도시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라야 하지 않나? 그 왜 서양 도시들, 아니면 옆동네 일본조차도 어슬렁 어슬렁 걸어댕기다 보면 강이 나오고 그 강을 따라서 조금 걷다 보면 카페도 나오고 밥집도 나오고 그러다보면 어라 도시 반대편으로 와 있네 하게 되어 있거든. 바닷가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횟집과 먹자골목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 막상 서울 한 복판의 한강에는 강가의 상권이 전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희안하게도 강을 자동차도로와 아파트벽으로 막아버렸기 때문인데 볼 때마다 아쉽다.

공원 - 길 - 아파트 벽 의 순서로 강을 막아 놓은 거지. 공원이 있으면 뭐하나? 접근성이 엉망인데. 아파트로 둘러치면서 아파트 주민들의 사유지화 시켜버렸는걸. 나 역시도 강가에 살고 있고 강가에 살고 있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 택시 있으면 뭐하나,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가서 한강 택시를 탈 수 있는 구조가 아닌데. 맘 먹고 한강까지 가는 과정이 택시 타는 것을 상쇄시킬만큼 편하지가 않은걸?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여서, 나 혼자 한강을 즐기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괜히 투덜거려본다.

대체 도시를 왜 이렇게 설계해놓은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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